손발이 자주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은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 혈류 차단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반복된다면 이는 몸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 특히 혈액순환 장애, 말초신경 손상, 비타민B12 결핍은 손발저림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단순히 손이 저려서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뇌혈관 질환이나 당뇨성 신경병증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다. 본 글에서는 현대인의 손발저림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과 그 과학적 원리를 분석하고, 생활 속에서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손발저림
손발저림의 가장 흔한 원인은 바로 혈액순환 장애다. 혈액은 산소와 영양소를 세포로 운반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혈류가 원활하지 않으면 신체 말단인 손과 발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저림과 냉증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혈관의 수축, 고지혈증, 동맥경화, 저혈압, 운동 부족 등이 있다. 특히 현대인들은 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거나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손끝·발끝의 혈류 흐름이 쉽게 막힌다. 혈액순환 장애로 인한 저림은 대체로 냉증, 붓기, 쥐 나는 증상과 함께 나타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루 30분 이상 걷기, 가벼운 조깅, 스트레칭은 혈류를 자극해 혈관을 확장시킨다. 또한, 체온 유지가 중요하다. 겨울철에는 손발을 따뜻하게 하고, 냉장음식보다는 따뜻한 식사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식습관 역시 중요하다.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푸른생선(고등어, 연어), 견과류, 올리브오일은 혈관을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반면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은 혈관을 막아 혈류 장애를 악화시킨다.
스트레스 관리도 필수다.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해 혈관을 수축시킨다. 따뜻한 반신욕이나 명상, 심호흡 등으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혈액순환 문제로 인한 손발저림은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도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지만, 지속되거나 한쪽 팔·다리만 저리다면 혈전증이나 신경압박성 질환(경추 디스크 등)을 의심하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신경 손상 및 압박으로 인한 손발저림
혈류 문제 외에도 손발저림의 주요 원인은 신경 손상 혹은 압박이다. 우리 몸의 감각은 말초신경이 뇌로 정보를 전달하는데, 이 신경이 눌리거나 손상되면 감각이 이상해지고 저림 증상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질환은 목 디스크(경추 추간판 탈출증),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 증후군), 좌골신경통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은 손목의 정중신경이 압박되면서 손가락 끝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질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많은 젊은 세대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자세 교정과 스트레칭이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이다. 컴퓨터 모니터 높이를 눈높이에 맞추고, 30분마다 어깨·손목을 스트레칭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 체중이 증가하면 척추와 신경에 압박이 가해지므로 적정 체중 유지도 중요하다. 운동 중에는 플랭크나 브릿지처럼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통증이 심하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경우에는 신경 압박이 심한 상태일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MRI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이 외에도 당뇨병성 신경병증도 손발저림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혈당이 높으면 신경을 감싸는 막이 손상되어 감각이 흐려지고, 따끔거림이 지속된다. 따라서 손발이 자주 저리고 당뇨를 앓고 있다면 혈당 조절을 우선해야 한다. 신경 관련 손발저림은 단순 증상이 아니라, 중추신경 이상이나 말초신경염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으므로 2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신경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비타민B12 결핍으로 인한 손발저림
세 번째 원인은 비타민B12 결핍이다. 이 영양소는 적혈구 생성과 더불어 신경세포의 보호막(미엘린)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비타민B12가 부족하면 신경이 손상되어 자극 전달이 원활하지 못하고, 손끝과 발끝의 감각이 무뎌지며 저림이 나타난다. 비타민B12 결핍은 특히 채식주의자, 노년층, 위 절제 수술 환자, 위염 환자에게 흔하다. 이들은 비타민B12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거나, 음식 섭취량이 적기 때문이다. 또한 위산 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사람도 흡수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비타민B12 결핍 시 손발저림 외에도 만성 피로감, 창백한 피부, 기억력 저하, 어지럼증, 집중력 저하 등이 동반된다. 비타민B12를 보충하기 위해서는 음식과 영양제 병행이 효과적이다. 음식으로는 소간, 계란노른자, 연어, 참치, 우유, 치즈 등이 좋다. 채식주의자는 영양 강화 곡물이나 보충제를 활용해야 한다. 성인의 권장 섭취량은 하루 약 2.4µg이지만, 흡수율을 고려하면 5µg 이상 섭취하는 것이 안전하다. 비타민B12는 엽산(B9)과 함께 섭취할 때 신경 재생 효과가 높아진다. 만약 손발저림이 심하고, 비타민B12 수치가 낮게 나오면 주사 요법을 통해 빠르게 보충할 수 있다.
비타민B12 결핍은 단순한 영양 부족이 아닌, 신경계 기능 저하의 직접적 원인이다. 따라서 식습관 관리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발저림은 단순한 피로가 아닌, 혈액순환 장애, 신경 손상, 비타민 결핍 등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된다. 일시적인 저림이라면 휴식으로 회복되지만, 지속되거나 한쪽만 저리다면 반드시 의학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생활 속에서는 규칙적인 운동, 체온 유지, 스트레칭, 영양소 섭취로 예방